일상/잡다

야근도 혼나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一晳 2019. 6. 26. 22:32

아침에 지시한 일을 안했다고 혼이 났다. 변명을 할 필요는 없다. 내 잘못이니까. 단지 좀 우울해진다. 일은 많은 데 요구사항을 들어주다보면 이것 저것 헷갈리고 복잡해지고 뭔가 꼬이는 것 같아 해결은 안되고 정리도 안되고 답답한 기분도 든다.
고등학교 차석은 일이 좀 많은 편이다. 어느 날은 하루에 일을 다 못 끝내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야근을 한다. 사람들은 일이 많으면 야근을 하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야근이 싫다. 가장 큰 이유는 일의 밀도와 습관이다. 야근을 하면 주간에 일하는 밀도가 낮아지는 것을 느낀다. 속으로 나는 어쩌피 야근을 하니까 이따가 하면 되지. 지금은 조금 설렁설렁해도 되지 라는 생각이 들어와서 하루에 끝날 일을 미루게 된다.
야근은 나를 위한 하루를 없애는 것이라 너무 싫다. 하루 8시간을 근무지에서 일을 하는데 거기서 추가로 근무를 하면 하루에 나를 위한 시간이 전부 사라진다. 나는 미술도 하고 싶고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고 싶고 게임도 하고 싶다. 야근은 나를 위한 시간과 수당을 맞바꾸는 일이라 나는 많이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과거 산업화 시대의 사람들은 일의 밀도보다는 처리한 시간으로 사람의 성실성을 평가하는 것처럼 보여서 야근을 하지 않는 내가 불성실한 것처럼 보이는 듯하다. 어쩌겠는가 나는 싫고 그게 그렇게 보이는데. 나는 앞으로도 이럴 것이기 때문에 계속 혼나지 않을까 싶다.